[스포츠서울] '이러니 잘될 수밖에'…'빛그림'이 증명한 흥행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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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가 64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MBC '빛과 그림자' 방송 캡처
[스포츠서울닷컴 | 오영경 기자]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이하 빛그림, 극본 최완규, 연출 이주환 이상엽)'가 64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9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월화극 왕좌를 놓치지 않았던 '빛그림'에는 잘될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의 흥행코드 5가지가 적절히 잘 녹아있었다.
◆ ①"시대극은 안 망한다"…7080 향수 자극
'빛그림'은 60년대를 시작으로 70년대와 80년대를 아우르는 시대극이었다.
컬러TV가 보급되기 전 전국을 떠돌며 리사이틀을 하던 쇼단을 중심으로 펼쳐진 강기태(안재욱 분)의 사랑과 야망을 그리며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의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주 타깃이었던 7080세대들의 열광은 당연했다. 통행금지부터 시작해 당시 유행곡과 패션까지 그대로 재현한 '빛그림'은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추억에 젖게 했다.
김추자의 '커피 한 잔'은 극 초반 가수였던 남상미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했고 나팔바지 등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실감 나는 당시 패션은 MBC 미술팀이 사전제작한 3000벌의 의상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대중문화계에 불어온 복고열풍은 '빛그림'에겐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SBS '천일의 약속', KBS2 '브레인' 등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기도 했던 '빛그림'은 시청자층이 청년-청소년층까지 확대되며 부동의 시청률 1위를 끝까지 지켜냈다.
◆ ②"OST가 좋으면 뜬다"…실제가수들의 화려한 무대
'빛그림'은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라마였다.
화려한 의상과 안무로 당시 쇼단의 모습을 실감나게 전달했고 이에 실제 가수들의 노래를 덧입혀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표현해냈다.
'섹시퀸' 손담비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 유채영 역을 맡아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부각시켰다. 당시 유행곡을 안무까지 곁들여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과거 '발연기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우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까지 인정 받았다.
이밖에도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와 트로트가수 홍진영,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 손진영와 50kg 등 실제 가수들의 무대는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주연배우 안재욱, 손담비와 손진영은 직접 OST에도 참여해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 ③"저놈은 죽이고 저놈은 살리고"…명확한 선악 구도
'빛그림'에서 빛은 안재욱이요, 그림자는 전광렬이었다. 선과 악의 대결은 시대를 막론한 드라마의 기본공식. '빛그림'은 이 기본에 더없이 충실했다.
안재욱은 의리에 죽고사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고 전광렬은 결코 선도할 수 없는 '악의 축'이었다.
두 사람은 절대 타협하거나 서로를 용서할 수 없는 사이였다. 장철환(전광렬 분)은 강기태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집안을 망하게 만든 원수였고,
강기태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 장철환의 성공을 방해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거기에 여주인공 정혜(남상미 분)를 둘러싼 삼각관계까지 형성됐다.
선악의 대결구도가 명확했기에 다소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다.
장철환의 악행과 강기태의 복수가 끝없이 무한반복되며 전광렬은 '불사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극의 긴장감은 갈수록 떨어졌다.
◆ ④"저 친구 때문에 본다"…주조연들의 명연기
안재욱은 역시 명배우였다. '빛그림'은 이 한 배우의 탄탄하고 리듬감 있는 연기를 꽉 붙들고 종착역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
실감나는 이북 사투리,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 쇼단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와 리더십, 능청스런 재치와 액션 등 다재다능한 매력까지 모두 갖춘 그는
'빛그림'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이었다.
전광렬, 이휘향 등 중년배우들의 내공 연기는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전광렬의 악역 연기는 중독성이 있었다.
비웃음과 함께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드는 특유의 제스처와 매회 전화기, 그릇 등 물건들을 집어던지는 분노 연기는 청부살인 등 온갖 범법행위를 저지른 장철환의 비열함을 표현해내기에 충분했다.
이에 류담, 성지루, 이종원, 신다은, 안길강 등 조연들의 빛나는 활약 역시 돋보였다.
류담과 성지루는 안재욱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고 안길강과 이종원은 악에서 선으로 변하는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신다은은 부잣집 막내딸이자 강기태의 철없는 여동생이었던 명희가 집안의 몰락을 딛고 마침내 의상실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신여성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 ⑤"현장 분위기는 시청률에 비례"…완벽한 팀워크
방송계의 정설 중 하나는 '현장 분위기 좋은 작품은 흥행에도 성공한다'는 것. 이는 '빛그림'에도 여지없이 적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주연배우 안재욱이 있었다.
제작사 케이팍스 관계자는 "'빛그림'은 회식을 자주 했는데, 그 중 절반은 안재욱이 샀다"며 "단합이 잘된 데는 안재욱의 역할이 컸고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안재욱이 현장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좋은 현장 분위기 덕분에 9개월간의 대장정임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잘 버텨온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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